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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60%가 ‘철새’… “내 보험 어떡해”

aazoo 2011. 9. 18. 16:23

 

 

보험설계사 60%가 ‘철새’… “내 보험 어떡해”

수수료만 챙기고 이직 고객관리는 나몰라라

정부, 판매체계 내달 개편 해약 환급률 상향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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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박모 씨는 최근 자동차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구청으로부터 과태료 30만 원을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 김 씨는 “매년 만기 전에 보험설계사가 연락을 해 와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보험사에 전화했더니 담당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뒀다고 하더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가 어렵고 보험사 간 영업경쟁이 심화되면서 판매수수료만 챙기고 회사를 옮기는 ‘철새 보험설계사’가 다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의 보험은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는 ‘고아보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 수수료만 받고 나 몰라라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설계사가 1년이 지나도 계속 근무하는 비율인 ‘13개월차 정착률’은 올해 3월 기준 40.2%로 지난해 9월(41.2%)보다 하락했다. 1년이 지나면 10명 중 4명만 회사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정착률이 34.8%에 불과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계약 후 2년 이상 유지하는 보험비율도 56.4%로 지난해 3월(61.2%)보다 크게 낮아졌다.

‘철새 설계사’가 늘면 피해는 보험 계약자에게 돌아간다. 담당 설계사가 바뀌면서 보험료 연체 관리, 인쇄물 발송 등 전반적인 고객 관리가 엉성해지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보험료를 연체했는데 제때 연락을 받지 못해 보험이 실효가 되는 사례도 많다”며 “보험 판매 첫해에 지급되는 수수료가 전체 수수료의 90%에 이르는 현재의 선지급 방식으론 유지관리 소홀과 보험계약 해지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설계사가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기존 고객의 계약을 해지하고 옮긴 회사의 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승환계약’을 유도하는 일도 많다. 상해보험에 가입했던 부산의 김모 씨는 보험설계사에게서 ‘최근 다른 보험사로 옮겼는데 기존 상품보다 더 좋은 게 있으니 갈아타라’란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보험을 갈아탄 뒤 기계를 만지다 감전돼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약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만 들었다.

 

○ 판매수수료 체계 전면 손본다

문제점을 인식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보험업계와 함께 ‘설계수수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다음 달 말까지 판매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우선 수수료 체계를 판매 수수료와 유지·관리 수수료로 나눠 계약 첫해 설계사에게 주는 수수료를 10∼20% 낮추는 대신 나머지 수수료는 월급처럼 나눠주는 방식으로 수수료 지급 방식을 바꿀 방침이다. 보험사들이 수수료 등으로 초기 지출한 비용을 몇 년에 걸쳐 나눠 비용으로 반영하는 ‘신계약비 이연제도’도 손볼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보험사들의 손실 부담이 커져 초기에 판매 수수료를 한꺼번에 지급하기 어려워진다.

저축성보험의 조기 해약환급금도 최대 10∼20% 늘릴 계획이다. 현재 40∼50%에 불과한 1년차 해약 환급률(해약 때 기존 납입액 가운데 돌려받는 금액)을 60%까지 올리고 2, 3년차 해약 환급률도 각각 70∼80%와 9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판매수수료 외에 유지관리 수수료가 별도로 있으면 해약률이 1.2∼5.5%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소비자 보호와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합리적으로 수수료 체계를 손질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