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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8만弗 노르웨이 시민들 名品 `소 닭 보듯/대한민국은퇴보고서

aazoo 2011. 9. 18. 16:03

 

소득 8만弗 노르웨이 시민들 名品 `소 닭 보듯

 

매일경제신문   http://www.mk.co.kr/

 

 

 

◆ 대한민국 은퇴보고서 / 호모 헌드레드 ⑥ ◆

 



노르웨이 오슬로 시내 중앙역 인근 대형 쇼핑몰 내부 전경. 수백 가지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지만 명품 브랜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 1인당 소득 8만4443달러로 세계 2위 부자 나라인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손꼽히는 고급 백화점 글라스 마가시네트. 디스플레이는 한국의 여느 고급 백화점과 다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큰 차이점이 있다. 샤넬, 구찌, 루이비통 등 명품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브랜드가 어디에도 없다. 한인 회장을 지낸 김상숙 사가투어 사장은 "오랫동안 살았어도 명품 의류나 핸드백을 든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다"며 "은퇴 후 연금 생활을 염두에 두고 소비를 하기 때문에 사치품이나 술ㆍ담배를 금기시하는 의식구조가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2. 호주 내 대형 보험사에서 시니어 컨설턴트를 지낸 토머스 트레버 씨(65)를 만난 곳은 시드니 변두리의 아담한 단층 주택에서였다. 66㎡ 남짓한 좁은 실내와 한 뼘 남짓한 작은 텃밭이 집의 전부였다. 고액 연봉자 출신의 집으로 보긴 어려웠다. 은퇴 후 센트럴파크 인근 고급 아파트에서 이곳으로 이사했다는 트레버 씨는 "고급 아파트는 관리비만 매월 수천 달러에 달한다"며 "은퇴를 했으면 소비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 노후 대비해 검소한 생활…한국선 은퇴설계 아직 걸음마

은퇴를 했는데 빚만 잔뜩 있다면?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데 80세에 모아둔 은퇴자금이 다 떨어졌다면?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이미 `노인 극빈층`은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70%가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와 50대가 각각 평균 4943만원, 462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다른 연령대에 비해 부채 규모가 월등히 높았다.

원인은 바로 은퇴를 전후한 과도한 지출이다. 헤픈 씀씀이는 은퇴 전에는 노후자산 마련을 어렵게 하고, 은퇴 후에는 자산 고갈을 앞당겨 노인극빈층을 만드는 주범이다.

빌 갤러퍼 호주 재무부 은퇴담당 국장은 "부채를 안고 은퇴할 경우 노후에 현재 지출비용에다 과거 비용, 그리고 이자부담까지 3중고로 고통받게 된다"며 "빚내서 사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생활비와 거주비, 교육비 등을 국가ㆍ사회적 차원에서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지출을 개인 차원에서 관리하기보단 지출 구조 자체를 바꿔 저비용 사회를 구축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퇴 전 지출을 늘리는 원흉은 바로 지나친 양육비 부담과 거품 소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출생 후 대학졸업까지 자녀 1명에게 드는 양육비 부담은 2억6204만원에 달한다. 유학까지 고려할 경우 비용은 5억~6억원 선까지 오른다.

선진국은 다르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거주하는 라스 호그룬트 씨(48)는 "자녀가 세 명이나 있지만 아무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1~3세 영유아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돌보면 매월 3000크로나(약 51만원)를, 또 18세까지 정부에서 매월 1050크로나(약 18만원)를 자녀수당으로 받기 때문이다. 공교육은 대학까지 무료다.

다른 유럽계 국가들도 다르지 않다. 프랑스는 기본 교육비는 대학까지 무료다. 동시에 6~18세 가정에 대해 매월 300유로(약 47만원)를 자녀수당으로 지원한다. 호주는 `차일드케어 리베이트`를 시행하고 있다. 양육을 직접 할 수 없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양육비의 50%를 분기별로 환급하는 제도다.

값비싼 전자제품과 고급 승용차, 귀금속에 몰리는 `거품 소비`도 노후자금을 고갈시키는 원흉으로 지목된다. 멕시코가 단적인 예다. 페트리샤 허르타도 사회보장청 연구위원은 "빈곤층이 여전히 많은데도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빚을 내 소비하는 착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퇴직이나 은퇴를 생각하지 못하는 빈곤층의 소비열은 가볍게 보고 넘길 수준이 아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은퇴 후 씀씀이를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은퇴컨설팅 전문 기업인 호주 IPAC의 빌 길로이 수석 컨설턴트는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은퇴자금으로 은퇴 이전 생활을 누리려 해서는 안 된다"며 "거주지와 생활비용 등 모든 면에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보금자리 축소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은퇴에 맞춰 불필요한 큰 집을 팔고 소형주택이나 콘도, 타운하우스로 옮기는 은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진학이나 취업 등으로 성장한 자녀들이 떠난 빈집에 거주한다는 의미로 `빈집지기(empty-nester)`라고 불리는 이들은 거주하던 주택을 팔아 추가 은퇴자금을 현금으로 확보하고 재산세나 은행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는 추세다.

 

 

 


◆ "결혼식 가면 돈 10만원 우습게 나가니…"경조사비만 줄여도 생활에 숨통

"오늘 10만원, 내일도 20만원…."

봄, 가을 소위 `결혼철`이 되면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요즘 들어 호텔이나 컨벤션센터 등을 이용하는 호화 결혼식이 늘어나면서 밥값도 안 되는 축의금을 내기는 어지간한 강심장으로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저곳 거금을 척척 풀어놓다 보면 정작 생활비마저 쪼들리는 일도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관혼상제로 인한 허례허식은 과도한 비용 지출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 해 1인당 평균 경조사비 지출은 46만7000원. 나라 전체로는 7조6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경조사비는 특성상 마음의 빚이 돼 다른 이의 경조사를 외면할 수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아름다워야 할 상부상조 정신이 어느새 무거운 준조세가 돼버린 것. 특히 봄ㆍ가을 결혼철이 되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달 월급의 절반 가까이가 경조사비로 빠져나가는 일도 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후 1~2년간 잠적하는 이유 중에는 쏟아지는 청첩과 부고를 감당하지 못해서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돌 정도다.

지난 6월 여성가족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혼상제 중 혼례(56.1%)가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꼽혔다. 특히 관혼상제 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은 결혼과 장례가 각각 59.6%, 66.9%에 달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체면문화와 허례허식은 겉치레에 불과하지만 개인의 신분 유지와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외면 지표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의식 변화와 함께 사회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는 혁신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젠 돈 덜드는 취미 계발을…

   등산ㆍ자원봉사 등으로 삶을 활력있게은퇴초 비용 아껴 후일 간병자금으로

 


 

 

 

 

 `세계 일주, 호화 크루즈, 골프 여행….`

사람들이 꿈꾸는 은퇴 후 장밋빛 생활이다. 문제는 단 하나. 돈이 많이 든다는 것뿐이다.

100세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노년기의 개념 자체가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인들은 `은퇴=휴식`이라는 공식에 길들여져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획일적인 인생관은 평균수명 60세 시대의 인생 구조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최장 40년에 달하는 노년기 자체가 활동기-회상기-간병기로 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은퇴 후 대략 60~75세까지를 의미하는 활동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회통념상 노년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젊은 세대 못지않은 건강과 의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저명한 미국 심리학자인 버니스 뉴가튼 시카고대 교수는 이 연령대를 젊음과 늙음의 중간이라는 의미에서 `영 올드(Young Old)`라고 이름붙였다. 활동기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일하느라 미뤄왔던 국내외 여행이나 골프, 사교모임 등으로 활발한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다. 이 기간에는 은퇴 이전보다 오히려 지출이 늘어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은퇴 초기 무계획적인 비용 지출은 80대 이후 간병기에 필요한 자금을 고갈시킨다.

대안은 간단하다. 지출을 줄이면서 즐겁게 지내는 것. 과연 가능할까? 호주 멜버른에서 만난 마크 퍼니스 씨(63)가 그랬다. IT 관련업체에서 일하다 은퇴한 그는 연금을 제외하고 특별한 자산은 없었지만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그의 취미는 바로 윈드서핑. 그는 "서핑보드 하나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별로 돈이 들지 않는다"며 "동호회 활동과 함께 주3회 정도는 서핑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호주 정부와 기업은 은퇴자들이 은퇴 후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미리 돕는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호주 최대의 은퇴컨설팅기업인 세지코다. 세지코는 기업과 계약을 맺어 회사 입장에선 인력 공백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고, 은퇴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은퇴자 교육이라고 하면 재취업ㆍ창업 교육이나 심리상담 등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세지코는 은퇴자에게 취미생활을 찾아주는 데 공을 들인다.

앨리슨 무어 세지코 대표는 "동호회를 구성하고 레저 전문가들을 배치해 각종 스포츠와 등산 등에서 자기계발을 돕는다"며 "저비용 은퇴생활을 위해 각자의 취미계발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퇴자들은 동호회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취미생활을 계발하고 수업료와 교재비, 장비 구입 비용 등은 회사에서 부담한다.

무어 대표는 "한 1~2년 골프여행을 하다 보면 돈이 많이 들면서도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깨달을 수 있다"며 "생활공간 근처에서 적은 비용으로 취미생활도 즐기고,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공동기획 : 매일경제ㆍMetLife

[기획취재팀 = 서양원 팀장(동남아) / 이창훈(북유럽) 기자 / 임상균(일본) 기자 / 김인수(미국) 기자 / 송성훈(중유럽) 기자 / 전정홍(호주ㆍ뉴질랜드) 기자 / 김유태(남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