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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때렸지만…이럴 땐 '정당방위'

aazoo 2012. 5. 12. 16:30

 

 

서로 때렸지만…이럴 땐 '정당방위'

 

 

 

 

경찰, 쌍방입건 관행 버리고 정당방위 적극 인정

 

 

A(25)씨는 여자 친구와 걸어가던 중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B(24)씨가 “재미좋네”라는 말을 던졌고, 불끈한 A씨는 “방금 뭐라고 했어요?”라며 따졌다.

갑자기 B씨가 A씨의 얼굴을 4차례 가격했고, 맞고 있던 A씨는 B씨의 멱살을 잡아 바닥에 넘어뜨렸다.

두 사람이 서로 폭행한 사건이지만, 사건을 접수한 부산 동래경찰서는 시비를 건 B씨만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B씨가 멱살을 잡고 넘어뜨린 A씨의 행위는 폭행을 막기 위한 방어 행위, 즉 정당방위로 본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 일선 경찰서 형사계와 지구대는 바빠진다. 날씨가 좋아 늦은 시각까지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가능해지면서 특히 벚꽃놀이 등이 벌어지는 곳에서 취중에 우격다짐을 하다 경찰서나 지구대로 끌려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다툼에 말려들다보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쌍방폭행(쌍피 : 쌍방 피의자)으로 입건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폭행을 피하기 위해 팔을 내젓거나 상대방을 밀치다보면, 폭행을 당하는 경우에도 가해자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경찰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쌍방 폭행으로 입건해왔지만, 최근들어 경찰이 방침을 바꾸기 시작했다. 다툼의 시시비비를 가려 가급적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경찰청 수사국 폭력계 이상훈 경위는 “쌍방 폭행으로 입건되는 경우 가해자가 오히려 ‘나도 맞았다’며 피해 주장을 하고, 심지어는 가해자가 합의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등 억울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최근 정당방위 판정을 위한 8가지 지침을 일선에 하달하고, 억울한 사례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에 경찰은 전국적으로 98건을 정당방위로 처리해, 불입건하거나 불기소 처리를 이끌어 냈다.

주로 멱살을 잡거나(37건), 몸을 밀치거나 뿌리치는 행위(20건) 등이 정당방위로 인정됐고, 경찰은 상황에 따라 할퀴거나(9건) 깨무는 행위(1)도 일부분 정당방위로 간주했다.

경찰청은 폭행사건이 많아지는 여름이 다가옴에 따라, 다음달 중으로 일선 경찰서에 폭력사건 쌍방입건 관행을 개선하라는 재강조 지침을 하달할 계획이다.

다음은 경찰이 제시한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한 8가지 요건.

판례(대법원)에서 도출되는 전형적 정당방위 식별표지
1. 침해행위에 대해 방어하기 위한 행위일것
2. 침해행위를 도발하지 않았을것
3. 먼저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4. 폭력행위의 정도가 침해행위의 수준보다 중하지 않을 것
5.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
6. 침해행위가 저지, 종료된 후에는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7. 상대방의 피해정도가 본인보다 중하지 않을 것
8. 치료에 3주 이상을 요하는 상해를 입히지 않았을 것

* 대법원은 이와 같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정당방위로 판단하고, 요건 중 일부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당방위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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