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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절경 ‘주산지 왕버들’ 너에게 무슨 일이…

aazoo 2012. 4. 5. 20:52

 

 

 

영화속 절경 ‘주산지 왕버들’ 너에게 무슨 일이…

껍질 벗겨지고 가지 떨어져 23개체 중 14개체 썩어가

심각한 3개체는 고사 직전 

정부, 내달부터 복원 계획

 

 

동아닷컴   http://www.donga.com/

 

 

 

 

주산지 내 23번째 왕버들의 2010년 모습(위). 가지가 풍성하고 표면이 윤택하다. 아래사진은 이

왕버들의 앙상한 현재 모습. 주왕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서정근 주임이 부패 부위를 긁어낸 나

무 중앙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서 주임의 등 뒤로는 썩은 줄기가 부러져 수면 위로 1m가량만

올라온 왕버들이 보인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년)을 보며 감탄했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수면 위로 힘차게 솟구쳐 있어야 할 나무들은 가지가 말라비틀어졌다. 줄기는 껍질이 벗겨져 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지난달 30일 찾은 경북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주왕산 절골지구에 있는 ‘주산지(注山池)’의 모습이다. 주산지는 조선 경종 때인 1721년 농업용으로 조성된 길이 100m, 너비 50m, 수심 8m 규모의 저수지다.


 

 

 

이곳은 주변 산세와 함께 계절별로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다른 저수지나 호수와 달리 저수지 바닥에 뿌리를 내린 커다란 고목(古木)들이 수면 위로 솟구쳐 있는 탓이다. 고목은 모두 왕버들이다. 왕버들은 호숫가 등에서 자라는 수변식물(水邊植物)이다. 주산지가 축조될 당시에 심은 것으로 대부분 수령이 300년을 넘었다. 왕버들이 연출하는 경관 탓에 주산지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자주 활용됐다. 이후 연간 3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유명한 명소가 됐다.


썩어가는 왕버들 줄기 표면을 회복시키기 위해

링거로 영양제를 투입하고 있다(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 명품경관이 사라질 판

 

이날 기자가 찾은 주산지에는 가지가 다 떨어져 몸통만 남은 나무가 많았다. 특히 저수지 왼쪽에 위치한 6번, 9번, 23번째 왕버들은 상태가 심각했다. 6번째 왕버들은 썩어서 나무 윗부분이 사라졌다. 수면 위로 1m가량 앙상한 가지만 올라와 있었다. 줄기의 1.5m가 물에 잠겨 있는 9번째 왕버들은 줄기 곳곳이 부패해 껍질이 벗겨졌다. 23번째 왕버들 줄기에는 새들이 파먹은 구멍이 보였다. 호수 가운데는 이미 고사한 상태로 가라앉은 왕버들도 보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주산지 내 왕버들 23개체(높이 10m 내외)를 최근 3년간 조사한 결과 14개체(61%)는 줄기가 썩어가고 있었다. 주왕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서정근 주임은 “지름 1cm로 구멍을 뚫어 관을 넣어보면 겉은 멀쩡하지만 안으로는 썩은 왕버들이 허다하다”며 “2000년 중반부터 왕버들 상태가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 높아진 수위에 사계절 잠긴 것이 원인

왕버들이 고사한 것은 높은 수위에 장기간 잠겼기 때문이다. 수변식물인 왕버들은 원래 물이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하지만 갈수기에 대비해 1990년대 이후 주산지 수위를 8m 이상으로 높인 데다 농번기인 4, 5월을 제외하고는 1년 중 10개월은 8m 내외의 높은 수위가 유지되면서 왕버들이 버티지 못하고 점차 썩어갔다.

이날 본 왕버들 줄기 중간(높이 약 1.5m 부위)에는 마치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잔뿌리가 무수히 달려 있었다. 뿌리에서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다 보니 나무가 호흡을 하기 위해 줄기 중간에 잔뿌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 대대적인 복원 작업

 

국립공원관리공단은 5월부터 나무전문가들을 동원해 왕버들 부패 부위를 칼로 긁어낸 후 방수(防水) 처리할 계획이다. 또 주사로 영양제를 투입하게 된다. 노쇠한 왕버들을 대체할 후계목도 육성해 이식할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저수지 수위를 낮춰 뿌리 부분의 토양층이 일정기간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공단 측은 “대체 저수지를 조성해 농업용으로 제공하고 주산지 수위는 낮추는 방안을 청송군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청송=김윤종 동아일보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