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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는 무엇이고 왜 크게 늘어났나요?

aazoo 2011. 7. 1. 17:45

 

[경제기사야 놀~자] 가계부채는 무엇이고 왜 크게 늘어났나요?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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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 뒤 대출금 상환부담에 시달리는 30~40대 중산층이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은 "3월 말 현재 가계부채가 801조39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주택수요가 많은 30~40대들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끌어다 쓴 빚이 상당액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우리 경제는 작년 6.2% 성장했고 올해도 4% 중반의 성장이 예상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벗어나고 있죠. 하지만 최근 여러 위험 요인이 등장하며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또 금융회사가 투자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규모 부동산 개발 관련 대출)가 부실화하고 이에 따라 일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습니다. 800조원이 넘는 가계대출 문제도 해결해야 할 정책 현안입니다. 오늘은 우리 경제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등장한 가계부채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왜 증가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가계부채는 얼마나 되고 어떻게 집계하나요

가계부채는 한 나라의 개인 또는 가계 전체가 금융회사들로부터 빌린 빚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자료를 토대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가계신용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가계에 빌려준 돈(가계대출)과 신용카드나 할부 판매 이용액(판매신용)의 합계로 정의됩니다. 올해 3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신용 규모는 가계대출 752조27억원과 판매신용 49조13억원을 합해 801조40억원에 달합니다. 가계신용보다 좀 더 포괄적인 통계로는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개인금융부채가 있습니다. 개인금융부채에는 순수 가계 이외에 소규모 개인 기업 및 민간 비영리단체의 부채도 포함되는데, 지난 3월 말 현재 1006조6000억원에 달합니다.

가계부채 왜 급증했나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2000∼2010년 중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연평균 13%라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명목GDP가 연평균 7%로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2000년대 들어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집값이 오르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돈을 빌려 집을 사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사람들이 많은 돈을 빌려 집을 산 것이죠.


 

 

 

 

금융회사들도 외환위기 이후 기업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작고 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해 가계대출 확대에 치중했습니다. 시중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중에서 주택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6월 말에 70%에 육박하기도 했죠. 또한 사회보험, 공적연금 등 준조세 성격 지출과 교통비, 통신비 등 생활비 지출은 계속 증가한 반면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올라갔던 점도 결과적으로 가계부채를 증가시킨 원인의 하나로 지적됩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상환 능력은 얼마나 될까요

가계부채가 많다고 무조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빚이 아무리 많아도 갚을 수만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개인의 부채 상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소득 대비 부채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0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부채 비율은 146%였습니다. 이는 2010년 중 벌어들인 개인들의 총소득에서 세금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을 모두 빚 갚는 데 쓰더라도 부채의 3분의 2 정도만 갚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매우 취약합니다. 2009년 말 현재 13개 주요 OECD 국가의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부채 비율은 평균 136%이고, 서브프라임 사태 발생 당시 미국도 130%로 우리나라보다 낮았습니다. 또한 소득계층별로 볼 때 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대출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상환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 가운데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가계의 소득 대비 대출액은 608%로 상위 20%(135%)의 4.5배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무엇이 문제인가요


최근 몇 년 동안 가계대출은 은행보다는 비은행 금융회사(제2금융권)에서 급증했습니다. 제2금융권은 주로 서민층을 대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참고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3∼2006년과 이후인 2007∼2010년을 비교할 때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1.8%에서 5.66%로 하락하였지만, 제2금융권 대출 증가율은 오히려 4.90%에서 11.41%로 높아졌습니다. 특히 2010년 말 현재 카드론 잔액이 전년 말 대비 49.0% 증가하는 등 신용카드를 이용한 대출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2003년에 경험한 '카드대란'이 재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옵니다.

또 대출 구조면에서도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평소에는 이자만 갚다가(거치식) 만기(滿期)에 원금을 일시에 상환하는 방식의(일시상환형)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입니다.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90%를 넘고 있으며,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대출 비중도 78.4%에 달합니다. 변동금리 대출은 시중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 금리가 자동적으로 인상됩니다. 금리 인상 위험을 대출자가 모두 떠안기 때문에 대출자에게 불리합니다. 또 일시상환형 대출의 경우 집값이 계속 오르면 다행이지만, 만일 집값이 떨어지면 집을 팔아도 원금을 못 갚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저소득층보다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 가계부채가 집중되어 있어 가계 부실이 단기간에 급속히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부채가 많은 가구일수록 부동산 등 실물자산 규모가 크기 때문에 향후 부동산 가격 하락 때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좋은 주택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빚에 쪼들리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에 관한 기사가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가계부채는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할까요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면 결국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출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급증하거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 생기면 서민들은 더욱 빚에 쪼들리게 됩니다. 따라서 서민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모든 경제 주체가 합심해 노력해야 합니다. 금융회사들은 부실이 커지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대출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합니다. 정책 당국은 점진적으로 소득 대비 부채 비중이 낮아지도록 적절히 관리해야 합니다. 금융회사들이 지나친 대출 경쟁을 하지 않도록 감독하는 한편,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줄이고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각 가계도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출은 줄여나가야 합니다.

서민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줘 소득을 늘리게 하는 정책도 필요합니다. 금융권의 대출이 줄어들 경우 최대 피해자는 서민층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정책적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하우스푸어(House Poor)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함으로써 빚을 갚는 것 외에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이 거의 없는 가계를 의미합니다. 이들은 대개 금리가 낮고 집값은 오르던 시절에 집값 상승을 노리고 자기가 번 돈으로는 갚기 힘들 만큼 많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입니다. 대출금리가 크게 상승하거나 주택가격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으면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들 가계는 주택 유지비용이 너무 많아서 레저·교육 등의 생활비로 지출할 소득이 부족해지고 노후자금을 확보하기도 어렵습니다.

 

 

 

가계부채 사상 첫 800兆 돌파 빚내서 집 산 30~40대 '불면의 밤'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형석 기자 cogit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 뒤 대출금 상환부담에 시달리는 30~40대 중산층이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은 "3월 말 현재 가계부채가 801조39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주택수요가 큰 30 ~40대들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끌어다 쓴 빚이 상당액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주택대출금 상환 때문에 생계에 고통받는 30~40대 가구가 69만2000가구로, 집 가진 전체 30~40대 가구(432만2000가구)의 16%에 해당한다. 집 장만을 한 30~40대의 7가구 중 1가구꼴로는 빚 부담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인 셈이다.

특히 30대는 집 가진 가구의 20.1%가 대출금 부담으로 힘들게 살고 있어 모든 연령층 가운데 은행 빚에 가장 심각하게 짓눌리고 있다. 반면 50대와 60대는 빚 부담 때문에 생활이 쪼들리는 비중이 8% 이하로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의 증가 추세가 계속되면 대출금 상환부담이 큰 30~40대가 가장 취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