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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가 뭐기에…건설사 무너지고 저축은행 문닫고

aazoo 2011. 7. 1. 17:31

 

PF가 뭐기에…건설사 무너지고 저축은행 문닫고

아파트 건설 등에 금융사 협조 융자…사업 차질땐 동반 부실 `양날의 칼`

 

 

 

매일경제신문   http://www.mk.co.kr/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멀쩡하게 잘나가던 건설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 때문에 부도가 나더니 프로젝트파이낸싱에 큰돈을 빌려줬던 일부 저축은행들도 사실상 돈을 떼이면서 문을 닫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이 도대체 뭐기에 이 지경이 됐을까. 프로젝트파이낸싱이란 기업이나 사람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보고 돈을 대주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빌린 돈은 프로젝트가 완성된 이후에 들어오는 수익금으로 단계적으로 갚아나간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돈을 융통하는 대상은 다양하다. 아파트를 비롯한 일반 건축물일 수도 있고 고속도로나 발전소, 댐 등 사회간접자본일 수도 있다. 광산, 유전 등의 개발사업에서도 많이 이용한다. 공통점이라면 사업 초기에 거액의 자금이 집중적으로 필요하고 일단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어느 정도 돈을 벌 수 있을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자체의 가능성을 보고 돈을 대주는 것인 만큼 대출담보는 원칙적으로 프로젝트 그 자체가 된다.

꿈 많은 청년사업가 꿈돌이의 일명 `가족형 드림 아웃렛 프로젝트`를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꿈돌이의 꿈은 자기 동네에 대규모 명품 아웃렛을 짓는 것이다. 단순히 명품만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영화관과 놀이시설 등을 함께 지어서 가족들이 즐겁게 나들이할 수 있는 곳으로 개발한다는 것이 꿈돌이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아이디어는 있되 돈이 없었던 것.

꿈돌이의 계획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는 동네 부자들이 몇 분 계셨지만 개발자금을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한낱 빈털터리 청년에 불과한 꿈돌이를 믿고 은행이 엄청난 돈을 꿔줄 리도 만무했다.

꿈돌이가 궁리해낸 해법이 바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었다. 우선 꿈돌이는 자신의 명품 아웃렛 건설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금융기법이나 법률에 밝은 사람들의 도움도 받았다. 아웃렛을 지으면 언제, 얼마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지 제대로 설득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꼼꼼히 계획을 짠 꿈돌이는 드림은행을 찾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꿈돌이의 얘기를 찬찬히 들어본 드림은행에서는 `일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정밀한 사업성 평가를 거쳐 대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사실 꿈돌이의 예상대로 아웃렛을 지어 큰돈을 벌 수만 있다면 은행으로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복잡하게 담보를 따로 받아낼 필요도 없다. 아웃렛의 땅이나 건축물 자체가 담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성을 찬찬히 따져본 드림은행은 꿈돌이의 아웃렛 프로젝트에 돈을 대주기로 결정했다. 다만 다른 은행을 몇 군데 끌어들이기로 했다. 돈을 빌려주는 집단, 즉 대주단(Syndicate)을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여러 개의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대로 한 가지 프로젝트에 너무 많은 돈을 빌려주기가 찜찜했기 때문이다. 또 비교적 오랜 기간에 걸쳐 비교적 큰 위험을 금융사가 떠안는 만큼 다른 대출보다는 높은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꿈돌이는 자신의 아웃렛 아이디어를 신뢰하는 동네 부자 어른들에게 종잣돈, 그러니까 출자금을 받아서 회사를 차렸다. 그게 프로젝트 회사(Project company)다. 하지만 으리으리한 사무실은 없었다.

법률적으로 프로젝트 회사 명의로 사업이 이뤄지지만 실제 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자본금 규모 역시 엄청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아웃렛 지을 돈은 대주단에서 빌려주는 것이고 건설공사는 건설사(시공사)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꿈돌이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회사는 대부분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상의 특수목적회사(SPCㆍSpecial Purpose Corporation)인 사례가 많다.

 


 

어쨌든 프로젝트 회사를 설립한 꿈돌이는 시공사를 선정했다. 드디어 아웃렛 건설공사가 시작됐다.

이때 주목해야 할 점은 대주단의 돈관리 기법이다. 대주단으로서는 어차피 꿈돌이를 믿고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다. 공사대금을 꿈돌이에게 직접 줄 이유가 없다. 또 공사대금을 한꺼번에 지불해줄 이유도 없다. 대주단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대출금을 위탁관리계좌(Escrow account)에 집어넣는 것이다. 위탁관리계좌에 돈을 집어넣으면 공사가 진행되는 정도에 따라 그때그때 시공사에 공사대금이 지불된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공사만 열심히 하면 공사대금을 받을 걱정은 없다.

하지만 이것으로 해피엔딩인 것은 아니다.

꿈돌이, 출자자, 대주단 등 프로젝트파이낸싱에 참여한 주요 당사자들이 모두 행복하려면 아웃렛이 제대로 지어져서 장사가 잘돼야 한다. 그래야 꿈돌이가 자신의 꿈을 이룬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출자자가 많은 배당금을 챙길 수 있으며, 대주단이 빌려준 대출금을 제대로 상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공사 완공 리스크 △시장(판매) 리스크 △프로젝트 운영 리스크 등의 위험을 안고 있다.

꿈돌이는 △아웃렛이 제때 제대로 완공되지 않거나 △아웃렛이 다 지어졌더라도 명품 수요가 줄거나 손님이 찾아오지 않아 장사가 안 되거나 △프로젝트를 방만하게 관리해 돈이 술술 새어나간다면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꿈돌이는 사업가로서의 신용을 날리고, 대주단과 출자자는 대출금과 출자금을 날리게 된다.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프로젝트 회사와 대주단, 시공사는 끊임없이 공사 진척도와 현금 흐름, 시장전망 등을 고쳐나가면서 위험을 관리한다. 바로 `리스케줄링(rescheduling)`이다.

자 여기까지가 교과서에 나오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구조와 위험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이용하면 사업 추진에 따른 위험을 분담할 수 있고 담보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적은 자본금으로도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대주단에 참여하는 금융사는 비교적 높은 금리로 오랜 기간에 걸쳐 자금을 운용하는 이점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3~2007년께 붐을 이뤘다. 그러던 것이 2007년 이후 부동산경기가 수그러들자 곳곳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사업성이 급속히 떨어지자 중도에 멈춰선 프로젝트들이 속출했다. 어두워진 전망 탓에 땅만 사고 건물공사는 하지도 못했거나 공사가 마무리됐지만 분양이 제대로 안돼 대출금을 제때 못 갚는 사태가 잇따랐다. 막대한 돈을 부동산 프로젝트에 쏟아넣은 금융사로서는 대출금을 되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진 것이다. 높은 금리에 혹했던 저축은행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한국 금융사들은 시공사(건설사)에 일감을 주면서 보증을 서도록 요구해왔다. 프로젝트가 망가지면 시공사까지 부실해지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는 법이다. 제도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게 된다. 딱 프로젝트파이낸싱이 그랬다. 높은 수익에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진리를 잊어버렸던 것이다.
[경제부 = 이진우 차장]

 

 

 

 

 

 

Q&A 질문있습니다

시공사가 지급보증 `변형PF` 거품·부실 부추겨
1조넘는 대형사업은 공모형PF로…대출 아닌 투자

 

 

 

 

 

 

-꿈돌이처럼 은행들에서 직접 PF대출을 받는 특수목적법인(SPC)은 무엇인가요.

▶일반 금융이 모기업의 담보와 신용을 근거로 하는 것과 달리 PF대출은 사업 자체를 지원한다. 그 때문에 모회사와 별도로 설립돼 프로젝트파이낸싱의 직접적 주체가 되는 특수목적법인(SPCㆍSpecial purpose company)이 필요하고 금융사들은 모기업이 아닌 SPC에 대출해 자금을 지원한다.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모회사는 대출빚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체보다 `한국형 PF`가 문제라는데.

▶담보도 보증도 없는 PF는 자칫하면 돈을 떼일 위험성이 커서 금융회사들이 대출해주길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시행사가 PF대출을 받고 시공사가 지급보증하는 변형 PF다. 대출을 해주는 은행 입장에서는 시공보증이라는 담보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변형 PF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부동산 거품과 부실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PF의 본질은 `계획의 가능성`만을 따져보고 돈을 대는 위험선호적 투자인 만큼 사업성을 판단해서 대출해준 금융회사가 투자 위험도 책임져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저축은행과 금융사들의 PF 부실화는 위험성과 사업성을 평가하고 책임질 이들이 위험을 건설사와 시행사에 미룬 까닭이다. 세밀한 사업성 평가 없이 `금융사-시행사-건설사` 인맥에 기초해 이뤄진 PF대출도 많다.

-브리지론은 무엇인가요.

▶재개발사업은 시공사 선정 이전에 토지매입비가 필요하다. 이 돈을 대출해주는 것이 브리지론이다. 자금이 필요한 시점과 조달할 수 있는 시점에 틈이 생기면 그것을 이어주는 단기 차입을 브리징(bridging)이라 하며 이때 도입되는 자금을 브리지론(Bridge loan)이라고 한다.

보증이 없는 데다 사업 성공 여부도 불투명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한다. 따라서 시공사가 보증을 서는 PF대출보다 이자율도 높다. 금융시장에서는 PF사업 외에도 브리지론이 많이 쓰인다.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은 PF대출과 무엇이 다른가요.

▶공모형 PF사업은 사업 주체가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등에서 투자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다. PF대출이 말 그대로 `대출`을 받는 것이라면 공모형 PF사업은 `투자`를 받는 것이다. 공모형 PF사업은 사업 규모가 1조원이 넘는 사례가 많다. 사업 규모가 크면 대출만으로 사업비 마련이 힘들기 때문이다.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 용산역세권개발사업, 판교 상업지구사업 등이 공모형 PF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은 사업 규모가 10조원 이상이다.

-PF대주단의 대출금 관리 방식인 `위탁관리 제도(Escrowㆍ에스크로 제도)`란.

▶본래 법률용어로 `조건부 날인증서`라는 의미다.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후 권리 이전과 대금 지불을 제3의 독립적인 위탁관리회사가 대행하는 제도다.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에게 돈을 받아서 갖고 있다가 파는 사람이 부동산 소유권이나 기타 다른 권리(전세나 임대권 등)를 이전해준 것을 확인한 후 돈을 건네준다. 부동산에서 시행되는 제도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