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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미공개, 성적도 통지 않는 ‘요지경 편입학’

aazoo 2012. 2. 7. 20:06

 

정답 미공개, 성적도 통지 않는 ‘요지경 편입학’

이서화 기자 tingco@kyunghyang.com

 

 

 

경향닷컴   http://www.khan.co.kr/

 

 

 

대학·당국 ‘뒷짐’… 허술한 관리에 잇단 잡음

 

외국에서 공부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ㄱ씨(25)는 최근 대학 편입학시험을 치르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ㄱ씨는 지난 7일 서강대 편입 영어시험 도중 문법 문제에서 오자를 발견했다. 보기 중 하나에서 관사 ‘the’가 ‘the the’로 중복 표기돼 있었다. ㄱ씨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문법적 오류가 확실한 다른 보기를 골랐다. 곧 이어 감독관도 오자를 정정해 줬다. 그가 고른 것은 정답이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난 후 감독관이 오자를 정정해주지 않은 다른 고사장 학생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오자를 고쳐주지 않아 ‘the’가 중복 표기된 보기를 답으로 골랐다는 것이다. 서강대는 원래 정답이었던 보기와 오자가 있던 보기를 복수정답 처리했다. 한 문제당 배점은 2.5점. ㄱ씨는 자신이 손해봤다고 생각해 학교 홈페이지에 항의의 글을 남겼다. 그러나 학교 측으로부터는 “복수정답으로 처리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ㄴ씨는 지난 11일 한국외대 편입학시험을 치른 뒤 분통을 터뜨렸다. 60분에 50문제를 푸는 시험이었지만 시험지는 시작 10분 전에 배부됐다. 감독관은 시험 시작 전까지 답안지로 문제지를 가리라고 했다. 시간은 빠듯했지만 간신히 50문제를 풀었다.

시험이 끝난 후 ㄴ씨는 다른 고사장의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 화가 치밀었다. 문제지를 가리라는 지시가 없어 시험 시작 전 10분간 눈으로 시험지 앞면의 문제를 다 풀었다는 것이다. ㄴ씨는 “편입시험은 뽑는 인원이 적기 때문에 한 두 문제가 당락을 좌우한다”면서 “시험 관리가 너무 허술해 무시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불투명한 전형과정에 허술한 시험관리로 대학 편입학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의 불만이 높다. 하지만 각 대학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탓에 필기시험 정답을 공개하지 않는 대학들이 태반이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은 편입학원에서 답을 맞히고 점수를 계산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시험 직후 문제를 공개하지 않거나 문제 대신 답만 공개하기도 한다. 필기시험 성적도 통지되지 않는다. 수험생들은 자신의 성적을 추정해 어렴풋이 합격 여부를 가늠해 볼 뿐이다.

서울 시내의 한 편입학원 관계자는 “고려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가 편입전형을 비공개로 진행해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전에 다니던 대학의 수준과 인맥에 따라 합격이 판가름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모 여대 합격자 가운데는 서울 중위권 대학 출신들이 많다”고 말했다.

손을 놓고 있기는 교육당국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매년 전국 각 대학에 ‘편입학 전형 기본계획’만 내려보낼 뿐 편입학 전 과정은 모두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2007년 연세대 편입학 비리가 불거졌을 때도 교육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편입학 모집인원이 적은 데다 수십 대 1까지 치솟는 과도한 경쟁률 때문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