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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기술 지켜라…‘기술임치제’ 뜬다

aazoo 2012. 2. 7. 19:51

 

 

 

중소기업 기술 지켜라…‘기술임치제’ 뜬다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

 

 

 

 

19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딸린 기술자료임치센터에서 직원이 중소기업으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보관함에 넣고 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제공

 

 

 

2009년 가입건수 120건…지난해 558건으로 급증
대기업 기술유용 등 막으려…법적 추정효과 장점

# 1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비엔에프(BNF)테크놀로지는 제품의 소스코드를 넘겨달라고 요청하는 기업들과 맞닥뜨릴 때마다 고심이 많았다. 소스코드 자체는 특허 등록이 되지 않아 자칫하면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기술이 유출되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소스코드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기술자료 임치센터’에 이 기술을 보관했다.

 

# 2 강원도에 있는 화학업체 베스트룸은 5년 전 제품 출시를 앞두고 핵심 매출 아이템이 퇴사한 직원에 의해 유출되는 바람에 큰 손실을 봤다. 제품 출시가 3년이나 늦어진 것은 물론, 이 아이템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비용도 추가로 발생했다. 기술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 회사는 2010년부터 새로 개발한 기술은 모두 기술자료 임치센터에 보관하고 있다.

 

 

아직 이름조차 낯선 ‘기술자료 임치제도’(기술임치제)가 알음알음으로 알려져, 기술 유출을 걱정하는 중소기업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도입 이듬해인 2009년 120건에 불과했던 가입건수가 2010년 307건, 2011년 558건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술임치제란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이나 영업비밀 등을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내 기술자료임치센터에 보관(임치)해두는 제도로, 2008년 8월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 제도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련 법률’(상생법)을 통해 임치한 기술에 대해 법적 추정효과를 부여하고 있다. 기술유출이 발생할 경우, 이 제도를 통해 해당 기술의 개발시점과 내용을 입증할 수 있다. 기술자료임치센터는 서울 구로동 대·중소기업협력재단 건물에 설계도면 등 기술자료를 보관하는 금고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금고는 자료가 훼손되거나 도난당하지 않도록 항온·항습 기능과 내외부 침입 탐지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된 가장 큰 배경은 대·중소기업 간 거래 시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을 요구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유용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상당히 만연해 있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얘기다. 중소기업청이 2010년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대기업 협력사의 22.1%(204개 응답업체 중 45개)가 거래과정에서 겪는 주요 애로사항으로 보유 기술에 대한 대기업의 요구를 지적했고, 80%는 보유 기술에 관한 정보제공을 요구받을 경우 거래 대기업에 기술자료를 제공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 국신욱 기술보호지원부장은 “처음 임치센터를 만들 때는 많아봐야 200~300건 정도 신청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벌써 1000건이 넘어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그만큼 중소기업인들이 기술유출에 대한 속앓이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임치제의 또다른 효과는 출원을 하면 열람·복제가 가능해 기술이 공개되는 특허제도와 달리, 기술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허제의 이런 맹점 때문에 일부 기업은 특허를 출원하지 않거나, 출원하더라도 핵심기술을 누락해서 출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카콜라 같은 외국 기업의 경우 제조법 같은 영업비밀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 특허 출원을 하지 않고 이를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기술 에스크로’(일종의 기술임치제)에 맡겨놓는다”며 “법률(상생법)을 통해 법적 추정효과를 부여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자 유일하다”고 말했다.

 

임치센터에 보관할 수 있는 임치물은 생산·제조법, 시설·제품 설계도, 물질 배합 비율, 연구개발 데이터,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디지털 콘텐츠 등 기술상 정보는 물론, 재무·회계·인사·마케팅 등 기업의 운영과 관련된 기밀서류, 원가·거래처 등 매출 관련 기밀서류 같은 경영상 정보도 해당된다. 임치물에 대한 확인·검증을 거쳐 계약이 체결되며, 수수료는 최초 계약 시 30만원, 이후 1년마다 갱신 시 15만원을 내면 된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기술자료 임치제도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정보를 제3의 신뢰성 있는 기관인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내 기술자료임치센터에 보관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은 기술유출이 발생할 경우 이를 통해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다. 대기업도 거래 중소기업이 파산·폐업해 기술 이용이 어려워질 경우 계약에 따라 해당 임치물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