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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값이 왜 이렇게 많이 오른 거죠?

aazoo 2008. 6. 29. 21:12

경유값이 왜 이렇게 많이 오른 거죠?


 

[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中수요 폭증이 큰 원인… 전세계 설비 부족해 생산 못 늘려
한국일보 5월 28일자 3면 <'경유값>휘발류값', 당분간 불가피> 참조



도움말= 한국은행 조사국 전광명 과장
정리=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지난주 전국의 화물차 운전자들이 파업을 벌였습니다. 파업의 가장 주된 이유는 ‘운행에 드는 기름값은 치솟는데 운임은 턱없이 적다’는 것이었죠. 실제 대부분의 화물차가 연료로 쓰는 경유가격은 올 3월부터 빠르게 오르기 시작해 지난달 말부터는 휘발유가격을 추월하기도 했습니다. 휘발유는 ‘비싼 기름’, 경유는 ‘싼 기름’이라는 오랜 상식이 깨진 것이죠. 도대체 경유가격은 왜 갑자기 치솟은 것일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국내 경유 소비량은 휘발유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똑같이 값이 올라도 경유가 휘발유보다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얘기인데 최근에는 경유 값이 훨씬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충격도 더한 상황입니다. 경유값 폭등의 원인을 알기 위해 우선 우리의 상식부터 되짚어 볼까요.

 

■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싸야 정상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국제시장에서 경유는 벌써 3,4년 전부터 휘발유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어 왔습니다.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은 각각의 수요 공급 여건에 따라 오르거나 내려 왔습니다. 예를 들어 겨울철 난방용 경유수요가 크게 증가하면 경유가격이 오르면서 휘발유보다 비싸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경유가격이 떨어져 휘발유가 더 비싸지는 식이죠.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면서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유수요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디젤엔진에 주로 쓰여 디젤유라고 불리는 경유는 화물차, 버스, 선박 등 운송용뿐 아니라 건설중장비, 농기계, 발전 등 산업용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는데, 중국 인도 등 산업개발이 한창인 나라를 중심으로 경유수요가 급증한 것이지요. 그 결과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상회하는 빈도도 점점 늘더니 2004년 후반부터는 대체로 휘발유 가격을 계속 앞지르게 된 것입니다.

 

■ 요즘 들어 경유가격이 급등한 배경은 무엇이죠?

국제 경유가격은 3월 이후 휘발유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배럴당 10달러 이내였던 경유와 휘발유간 가격차이가 빠르게 확대되며, 한때 38달러까지 벌어지기도 했죠.

 

이런 경유가격 강세는 올 들어 중국의 경유 수입이 급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중국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17%에 이르는 경유수입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함으로써, 중국의 경유수입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2006, 2007년만 해도 월평균 5만~7만톤 수준이던 경유수입량은 지난해 12월~ 올 4월 사이 한 달에 60만톤으로 뛰었습니다.

 

 

■ 그럼 경유를 더 많이 생산하면 되지 않나요?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정유 설비가 부족한 데다, 경유 생산비중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세계 정유공장 가동률이 대부분 90%를 웃돌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완전가동 체제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경유든 다른 석유제품이든 공장을 더 많이 돌려 생산량을 늘릴 여지가 없다는 얘기죠. 특히 신흥산업국이 몰려 있어 수요가 급증하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경우, 정유시설 부족상황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유설비 부족은 1990년대 이후 지속된 전세계적 투자부진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또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LPG, 휘발유, 경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은 정유공정의 특성상 생산비중(풀어 읽는 경제 키워드)이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필요한 제품만 생산량을 늘리기는 어렵습니다.

 

■ 늘 경유값이 휘발유보다 싸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그 이유는 세금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휘발유보다 리터당 199.3원이나 낮기 때문에, 경유값도 휘발유값보다 저렴했던 것이지요. 이런 세금차이를 감안하면, 국제 경유가격이 휘발유보다 최소한 30달러는 높아야 국내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을 추월하게 됩니다. 실제로 국내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던 5월 하순이 바로 두 제품간 가격차가 30달러를 넘어서기 시작한 시점이랍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매년 엄청난 양의 경유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웬 말이냐고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석유제품을 되파는 것이지요. 경유는 석유 제품중 최대의 수출품목으로 지난해 수출액(87억5,000만달러)은 전체 석유제품 수출의 37.3%를 차지했습니다.

 

이렇듯 국내에서는 경유가 남아돌다 못해 매년 엄청난 양을 수출하고 있는데 가격은 왜 오르는 걸까요? 앞서 살펴봤듯 전세계적인 공급부족으로 경유에 대한 구매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가격도 국제가격에 맞춰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국내시장이 국제시장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정유업체는 외국에 나가서 팔면 되니까요.

 

■앞으로 국내 경유가격은 어떨까요?

이렇듯 국내 경유가격의 급등과 이에 따른 경유ㆍ휘발유 가격간 역전 현상은 기본적으로 국제 경유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국제 경유가격이 강세를 지속하는 한 국내 경유가격도 이를 따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안정을 위해 유류세를 인하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적인 공급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그 효과는 일시적일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유 급등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에너지 절약이랍니다.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에어컨을 잠시 꺼두며 전기와 물을 아껴 쓰는 일 등등 개별적으로는 작지만 모이면 큰 효과를 내는 에너지 절약이 그것입니다.

 

풀어 읽는 경제 키워드

◆ 정제후 경유 생산비중

원유 가열하면 경유는 26.5% 휘발유 8.2% 나와

경유가 아쉽다고 당장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것은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경유량이 일정하기 때문입니다. 원유를 정제하여 석유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 볼까요.

원유를 정제탑에서 가열하면 끓는점에 따라 가벼운 물질부터 먼저 증발하게 됩니다. 이를 다시 냉각시켜 다양한 석유제품들을 만들게 되죠. 끓는점은 LPG(-42~1도)가 가장 낮고 휘발유, 나프타, 등유, 경유 순으로 높아집니다. 이 순서대로 제품이 나오는 것이지요.

가열을 시작하면 순서에 따라 제품이 나오니 기술자라고 해도 맘대로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렵겠죠. 지난해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생산비중은 경유(26.5%) 나프타(20.6%) 벙커C유(18.8%) 항공유(11.1%) 휘발유(8.2%) 등의 순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동안 경유와 나프타의 비중이 조금씩 높아지고는 있지만 속도는 매우 더딘 편입니다.

벙커C유 같은 싼 제품을 한번 더 분해해 경유나 휘발유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변환시키는 장치도 있습니다. 이 ‘고도화설비’를 이용하거나, 경질원유로 불리는 고품질 원유를 투입하면 경유 생산비중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만 고도화설비는 워낙 짓기가 비싸고 경질원유도 생산이 미미해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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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6/23 02:42:55 수정시간 : 2008/06/23 07:37:58

 

 

 

다른나라 경유 가격은

[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세금따라 나라마다 달라… 휘발유 더 비싼 곳 다소 많아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보다 쌌다가 최근 들어 역전됐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라마다 다들 상황이 다릅니다. 애초부터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보다 비쌌던 나라는 최근 국제 경유가격이 더 많이 오르면서 가격 차이가 커졌을테고요, 반대로 우리처럼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보다 낮았던 나라는 최근 그 차이가 줄거나 역전됐겠죠.

 

나라마다 경유와 휘발유가격이 다른 이유는 대부분 세금 때문입니다. 국제시장에서 거의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는 경유나 휘발유를 들여와 각기 다른 세금을 붙여 국내시장에 팔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경유에 휘발유보다 세금을 낮게 매기는 이유는 휘발유보다 사용범위가 넓은 만큼 경제주체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높게 매기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환경오염 물질을 더 많이 유발하는 경유의 가격을 높여 수요를 억제해보자는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기름값을 살펴볼까요. 올 3월 기준으로 휘발유가격이 경유가격보다 높은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이고 반대로 경유가격이 높은 나라는 미국, 영국, 캐나다, 스페인, 멕시코 등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휘발유가 더 비싼 나라들이 다소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제품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휘발유가 더 높습니다. 휘발유에는 11%, 경유에는 39%의 세금을 매기는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가 경유보다 휘발유에 세금을 5~10% 정도 더 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경유값이 휘발유보다 높은 나라가 적지 않은 것은 요즘 국제시장에서 경유가격이 더 높기 때문이죠.

 

세금비중은 나라마다 차이가 큽니다. 휘발유가격이 우리 돈으로 2,300원(3월 현재)정도인 영국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 중 각각 62%, 59%가 세금일 정도로 비중이 높습니다. 한국은 각각 50%, 40% 수준으로 OECD 국가 가운데는 세금비중이 낮은 편에 속하구요, 세금을 가장 적게 붙이는 나라는 각각 10%대인 미국으로 휘발유가격이 870원(3월 현재)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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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6/23 02:43:12 수정시간 : 2008/06/23 07:37:34